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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지도 (地圖) /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것처럼 창(窓)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地圖)우에 덮인다 방(房)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壁)과 천정(天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꼬 나려 덮어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좋은 시 모음 2023.01.15

새해 아침 / 송수권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갈며 떨리는 손으로 잊어야 할 슬픈 이름을 두 줄로 금긋듯 그렇게 당신은 아픈 추억을 지우십시오 새해 아침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끓어오르는 핏덩이를 쏟아놓으십시오 새해 아침은 첫..

좋은 시 모음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