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방

월동준비.자작詩(시) / 별아

별 아 2023. 11. 12. 00:11

 

 

 

 

늦가을도 지나 초겨울이 시작될쯤
함께 모여서 김장을 하던 이제 점차
사라져 가는 정겨운 그 시절
땅을 파고서 김칫독을 보관하던 그런
모습조차 사라져버린 아쉬운 풍경.


그렇게 양념을 다비벼서 어머니와 함께 둘러앉아
배추속을 넣을때 절임 배추도 날아다줘야하고
양념도 퍼다주어야 하고 양념묻힌 배추를 거두어
땅에 묻은 크다란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일
한겨울 내내 꺼내어 먹게 될 겨울 양식.

소반에 된장 뚝배기 정갈한 나물 몇가지
뜨끈한 밥, 젓가락에 아삭했던 무우 한 조각 콕 찍어, 한입 
베어물으니 세상 부러울것 없던 시절, 세상의 한점 흔적 남기었다
어린 모종에서 시작해,한포기 배추가 완성될때까지
손 쉬지않는,끝없는 부지런함과,수고로움의 시간

기다리는 아픔의 그맛,알아버렸기에 가볍게 놓고 가던가!
들썩거리지 않기를 바라며, 푸른 결구 채워가며 미처
거두지 못한 배추 한가운데 앉아있다
묻혀있는 보이지 않는 사연 하나, 또 하루의 여정 넘어가며
마지막 이야기 끝내고 허한 가슴 잠깐의 쪽잠 오늘밤도 뒤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