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모란이 피기 까지는 / 김영랑

별 아 2023. 5. 9. 21:23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뼏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좋은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 / 함민복  (1214) 2023.05.14
스승의 은혜 / 강소천  (419) 2023.05.12
박목월 / 가정  (482) 2023.05.07
어머님 은혜 / 윤춘병  (417) 2023.05.05
어린이날 노래 / 윤석중  (615) 2023.05.02